‘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에 담긴 옛 서울의 모습들. 왼쪽부터 조선철도호텔(현 웨스틴조선호텔) 신축 공사, 박영효(앞줄 왼쪽 두 번째) 주최 연회, 경성일보사 신축 공사 장면.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 서울역사박물관 학술총서 출간
조선말·일제 강점기 모습 생생
식민주의 무관…사료적 가치 커
시간 추이에 따른 변화상 비교도
조선총독부가 대한제국 황제 고종이 하늘에 제를 올리던 환구단을 철거하고 조선철도호텔(현 웨스틴조선호텔)을 짓는 장면, 한국 최초 현대식 종합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의 건축 공사, 구한말 관료 박영효가 주최한 연회 모습….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 사이 서울의 변천과 서울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희귀 사진들이 공개됐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이 찍은 이들 사진은 식민주의적인 의도와 무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최근 학술총서 ‘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를 출간했다. 박물관은 이 책에 미국 뉴저지주 소재 드루대(Drew University) 도서관 소장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약 3200건의 서울 사진 가운데 사료적 가치가 높은 180건을 엄선해 싣고, 철저한 문헌 조사와 검증을 통해 자세한 국·영문 해제를 더했다.
‘서울거리 풍경’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교회’ ‘일상 생활’ 등 6가지 주제로 나뉜 책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희귀 사진이 적지 않다. 가령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조선철도호텔 사진에는 외부 공사를 위한 목재들이 세워져 있고, 그 앞으로 환구단 돌담과 정문으로 추정되는 문의 일부가 담겨 있다.
조선철도호텔 완공 후가 아닌 공사 중 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환구단 고증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감리교 신자였던 박영효가 1916년 조선에 온 미국 감리회 허버트 웰치 감독의 환영회를 열었던 장면도 실려 있다. 현재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그의 집과 별장 상춘원에서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
같은 장소의 사진이 시간 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촬영된 것이 실려 있어 시간 추이에 따른 변화상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현재 서울도서관이 된 경성부청(京城府廳)이 1923년 12월 신축되기 전까지 그 자리에 있던 경성일보사 건물 사진이 대표적이다. 경성일보사 건물은 1914년 10월 준공 후 1915년 11월 발생한 화재로 중앙 첨탑이 소실됐는데, 이번 책에는 ‘건축 중 → 준공 후 → 화재 발생 후’로 연결되는 모든 사진이 실려 있다. 숭례문 풍경도 1910년대와 1920년대에 걸쳐 기록돼, 성곽 소실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수 있다.
상여를 멘 장례 행렬이 한양 사소문 중 하나로 시구문(屍口門·시신이 도성 밖으로 나가는 문)이라고도 불렸던 광희문을 빠져나가는 모습, 황성 YMCA야구단과 한성중학교(현 경기고) 야구단의 경기, 전차 안에서의 검표, 한옥을 짓고 수리하는 모습 등 서울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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