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한복 입은 조선족' 논란
지난 4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조선족 대표로 출연한 것을 두고 ‘중국의 문화 침탈’이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한국 문화의 원류가 중국이라는 문화 제국주의적인 태도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다른 소수민족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함께 등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하지 않다. 단지 이번 일만 놓고 보면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이 한복을 입은 것에 대해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게 이성적 판단이지만, 사실은 ‘올림픽 한복’ 하나만 놓고 벌어진 국민적 분노가 아니라는 것이다. 포용이 아니라 지배를 키워드로 하는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통치 정책,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한국 고대사 왜곡, 한복과 김치의 기원 논쟁 등 누적된 거부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족이 한복 입은 건 당연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일 자체를 ‘문화 침탈’의 연장으로 보는 것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인구 규모에서 14위를 차지하는 조선족이 한복이 아닌 다른 의상을 입고 나오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중국이 공식 행사에서 여러 민족의 전통 복장 중 하나인 한복을 입은 사람을 등장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만약 조선족을 대표하는 사람이 치파오(중국 전통 의상 중 하나)를 입고 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일은 한복의 기원(起源) 논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류 연구자인 조영한 한국외대 한국학과 교수는 “우리와 같은 한민족인 동시에 중국의 소수민족이기도 한 조선족이 한복으로 정체성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한복의 유래가 중국의 한족(漢族)이 아니라 한반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조 교수는 “최근 김치와 한복 같은 중국과의 ‘원조 논쟁’에 피로감을 느낀 한국인들이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결코 이번 건 하나만 가지고 반감을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러시아에서 올림픽이 열렸고 개회식에 한복 입은 고려인이 나왔다면 이런 정도의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으리라는 얘기다.
◇고대사에서 한복·김치까지, 계속되는 ‘도발’
중국은 2002~2007년 공식적으로 진행된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부여·고구려 등 한국 고대사 국가를 ‘중국의 지방 정부’로 왜곡하는 작업을 했다. 2007년에는 한 연구서에서 ‘백제와 신라도 중국사의 일부’라고 서술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 했다는 시 주석의 말을 전해 한국인의 대중(對中) 반감을 샀다.
중국의 ‘문화 공정(工程)’ 논란 사례
2020년에는 한복과 김치까지도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중국 측의 주장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한복공정’ ‘김치공정’이란 말을 낳았고, ‘문화 침탈’의 체감을 높였다. 중국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투자하면서 드라마 등에 지나치게 많은 PPL(간접 광고)을 넣는 것도 거부감을 일으켰다. 지난해 조선 왕조 밥상의 중국 음식 등장 등으로 왜곡 논란을 빚은 SBS 판타지 사극 ‘조선구마사’는 시청자 항의를 받은 끝에 방송이 중단됐다.
서길수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전 서경대 교수)은 “중국은 이미 2016년까지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가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국사화(國史化)를 끝마친 상태”라며 “우리는 ‘왜 중국이 자꾸 저런 짓을 할까’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한복의 근원이 고구려 벽화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미 한복이 중국 옷이라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민족 포용이 아닌 ‘문화 제국주의’
중국이 공식 행사에서 소수민족을 등장시키는 것은, 중국이 단일 민족으로 이뤄진 국가가 아니라 여러 민족으로 구성됐다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양한 민족을 포용하려는 자세라기보다는 ‘모두 다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식의 문화 제국주의적 태도여서 주변국의 반감과 비판을 받고 있다.
윤휘탁 한경대 교수(중국현대사)는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애국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과거 중국의 최대 전성기에 존재했던 문화나 역사는 지금도 모두 중국 것이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국가의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타국의 문화가 모두 자신들로부터 유래됐으며, 외국 문화 수입을 거부하는 국수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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