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 권화순 기자 | 입력2021.10.04 06:00 | 수정2021.10.04 07:20
(과천=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시내 빌라촌의 모습. 2021.9.28/뉴스1
""지방 공시가격 1억 아파트를 누가 사겠어?"
정부가 지난해 7·10 대책에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 취득세 중과 예외를 인정한게 1년여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창원, 천안, 강원도 등 지방 저가 아파트로 다주택자 '원정 쇼핑'이 유행처럼 번져서다. 많게는 수백 , 수천채를 사들였지만 한 채당 1000만원~3000만원만 내고 '갭투자'를 한 경우가 많다. 금리인상기에 집값이 하락하면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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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로 쓸어담은 공시가 1억 아파트, 7·10 대책 이후 54.97% 급증.. 집값하락기 지방發 뇌관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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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2021년 8월까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10가구 이상 사들인 개인과 법인은 총 1470명이었다. 법인의 경우 1000채 이상 사들인 사례가 총 3건으로 최고 1978채를 매수한 법인도 있다. 개인은 269채, 265채를 사들인 사례가 나왔다. 7·10 대책 이후 올해 8월까지 14개월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총 26만555건 거래돼 직전 14개월 16만8130건 대비 54.97% 급증했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다주택자들이 싹쓸이하면서 지방의 비규제 지역 집값이 급등하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남 창원 성산구와 의창구는 7·10 대책 발표 이후 지난해 12월초까지 아파트값이 각각 10.37%, 13.66% 급등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정부가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지난 7월이후 공시가격 1억원 아파트 쇼핑이 재개돼 집값이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창원 뿐 아니라 청주, 천안, 광주, 강원도, 안산시, 김포 등 전국적으로 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확산하고 있다.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풀리면서 다주택자는 '단타거래'를 통해 수백만원, 수천만원 차익만 나도 투기적인 거래를 하고 있어서다. 특히 아파트 수백채를 사들여도 '취득세 1%'만 내도 되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이들에게는 최고의 투자처로 자리잡았다. 내야 할 세금을 줄일수록 투자 수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방 소재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시세 2억원 전후의 아파트를 작게는 1000만원~5000만원만 내고 '갭투자'를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수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수십채 아파트를 사들일 수 있어서다.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 269채를 사들인 다주택자의 경우 시세 2억원을 곱해 총 538억원이 필요하지만 실제론 2000만원 갭투자 했다면 54억 정도면 매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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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로 세입자 큰 피해 입을 수도...'1억 아파트' 방심한 정부 "이제와 취득세 올릴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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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외지인들이 공시가격 1억원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현지에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은 당장 주택 가격이 올라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대로 집값 하락이 시작될 때 '묻지마 투자'를 했던 개인들이 저가아파트 매물을 먼저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며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지방발 부동산 위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가격과 집값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갭투자자들이 선호했던 아파트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세가격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 '깡통전세'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집값하락 '경착륙'이 현실화하면 지방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먼저 타격을 입는다.
공시가격 1억원 매매거래의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슈가 됐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7·10 대책 발표 당시엔 저가 아파트에 대한 외지인 투기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방심'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규제 틈새를 이용한 다주택자의 매매거래를 예상 못한 것이다. 지방에도 세금규제를 하면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계산도 없지 않았다.
지금 와서 취득세 강화 '카드'를 꺼내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 강화가 별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에 따라 여당을 중심으로 공급확대 주문과 함께 세금 규제를 일부 완화한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다시 취득세를 강화할 경우 부딪히게 될 반대 등을 고려할 때 정책방향을 선회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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