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지역 거래 4분의 1 토막
잠실주공5, 올들어 5억 올라
강북도 매물부족·가격상승
"전세난이 촉발한 가격오름세
해결책 없어 당분간 지속될듯"
매일경제 | 정석환 | 입력2021.10.03 17:09 | 수정2021.10.03 20:48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매매 건수가 급감한 가운데 재건축 기대감으로 최고가를 경신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매경DB]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들이 극심한 거래절벽을 겪으면서도 가격은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서울의 다른 아파트와 비교해봐도 거래량 감소폭과 가격 상승폭이 크다. 어설픈 거래 제한이 가격 상승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바탕으로 서울, 경기 지역 주요 7개 아파트 단지의 2019년부터 올해(1월 1일~10월 3일 신고 기준)까지 연간 매매 건수와 최고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해당되는 아파트들의 매매 건수 급감, 가격 상승이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주공5단지 매매 건수는 2019년 205건이던 것이 올 들어 10월 3일까지 53건에 그치며 75%(152건)가량 급감했다. 3930가구 규모 매머드급 대단지에서 이뤄진 매매 거래가 전체 가구 수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매매가 200건 이뤄진 은마아파트는 올해 57건의 거래만 신고됐다. 이 기간 동안 거래 건수가 71.5%(143건) 줄어들었다.
반면 최고가는 거래절벽 속에서도 빠르게 치솟았다. 연도별 최고가를 비교한 결과 2019년과 2020년 최고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최고가는 수억 원 차이를 보였다. 정부가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실시를 통해 집값 안정에 나섰지만 해당 지역 거래의 희소성만 더해져 가격 상승을 부추긴 셈이다.
전용면적 82㎡ 기준 잠실주공5단지의 2019년과 2020년 최고가는 각각 24억3400만원, 24억6100만원이다. 최고가 기준 한 해 동안 2700만원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올해 최고가는 지난 8월 말 기록한 29억7800만원으로 전년 최고가 대비 21%(5억1700만원) 올랐다. 은마아파트 전용 84㎡ 역시 올해 더욱 큰 폭 상승했다. 올해 이 단지 최고가는 지난 8월 25일 나온 27억8000만원이다. 전년 최고가 24억원 대비 15.8%(3억8000만원) 올랐다. 은마아파트의 2019년 최고가는 23억5000만원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지난해 문재인정부의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주요 지역에도 적용된 바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역은 실거주 목적을 제외하고 거래가 금지되며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매매도 구청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그린벨트처럼 비어 있는 땅에 투기 세력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를 인구 밀집지역에 도입하는 것은 부작용만 낳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지역이 서울 강남처럼 대기 수요가 풍부한 지역인 경우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를 찾아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가격을 안정화시켰다는 증거는 없다"며 "끝까지 지속될 수 없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거래만 불편하게 만들어 거래가 1~2건만 이뤄져도 가격이 확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아예 도입을 안 했다면 해당 지역에 추가 상승 여력이 없을 경우 가격이 안정을 찾는데, 도입한 이상 해제하면 가격이 순간적으로 확 뛰어오를 것"이라며 "지금은 특별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만큼은 아니지만 서울의 다른 단지들도 거래는 감소하는데 가격은 상승하는 상황을 겪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는 매매 건수가 2019년 156건에서 올해 63건으로 줄었다. 전용 59㎡ 기준 2019년 최고가가 5억3800만원이던 이 단지는 올해 최고가가 9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마포구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거래절벽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3885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매매신고가 올해 43건에 그쳤다. 최고가는 지난 3월에 기록한 19억원(전용 84㎡ 기준)으로 2년 전 최고가 16억5000만원 대비 15.2%(2억5000만원) 상승했다.
서초구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올해 최고가는 42억원이다. 지난달 2일 42억원에 매매가 이뤄지며 이 단지에서 처음으로 '국민 평형'이 4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년 전 최고가 34억원 대비 23.5%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경기도 과천시 래미안슈르는 매매 건수가 2019년 232건에서 올해 64건으로 73%가량 감소했다. 거래 급감 속에서 가격은 오르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요 대단지의 신고가 행진이 하반기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전세난으로 촉발됐는데 전세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다"며 "폭발적으로 오르지는 않더라도 불안불안하게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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