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고석현 | 입력2021.10.27 08:04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관람객이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일환으로 금융권이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옥죄며 매매뿐 아니라 전세까지 어려워지자, 서울에선 월세를 낀 임대 이른바 '반전세' 거래비중이 약 40% 수준까지 올랐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8~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 등록은 전날까지 총 3만3435건이며, 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39.2%(1만3099건)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임대차 계약을 ▶전세 ▶월세 ▶준월세 ▶준전세로 분류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를,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를 의미한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경우다.
'월세 낀 임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래로 동기간(8~10월) 대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월세가 낀 임대차 계약 비중은 2017년 30.4%, 2018년 26.8%, 2019년 27.1%, 지난해 32.9%, 올해 39.2% 등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 30%대로 치솟았다. 전세 품귀에 매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 낀 임대'를 맺는 사례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이 폭이 더 가파르게 올랐는데,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가 은행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를 요구했고 지난 8월부터 금융권의 '대출 옥죄기'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지난 8~10월 중 서울 25개구 중 20개구에서 '월세 낀 임대' 계약 비중이 최근 5년새 가장 높았다. 중구(50.6%), 중랑구(47.8%), 강동구(46.2%), 송파구(44.6%), 은평구(42.8%), 강남구(42.6%), 구로구(40.7%), 강서구(40.1%) 등 순으로 나타났는데 강남·북을 불문하고 '월세 난민'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정부가 매매·전세 거래를 더욱 어렵게 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추가 발표함에 따라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전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40% 적용 시행 시점을 애초보다 앞당기고, 이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금액이 2억원(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자가 1년간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부채 원리금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가 높았던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진다.
이 밖에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이날부터 시행하고 이달 중 17개 시중은행으로 확대할 새 전세자금대출 관리 방안에 따라, 실수요가 아닌 것으로 의심되거나 다른 곳에 유용될 가능성이 있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전세대출이 제한되거나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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