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 입력 2021. 11. 05. 06:00 수정 2021. 11. 05. 08:35
신형 침식차의 외관. [출처 코레일]
철길에 깔려있는 자갈이 마모되면 궤도의 뒤틀림을 잡아주는 저항력이 약해지는 등 열차 운행에 지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 정도 이상 자갈이 마모되면 아예 새로 바꿔주게 되는데요.
이를 흔히 '자갈치기'라고 합니다. 마모가 덜한 자갈은 골라내서 재사용하고, 부족한 자갈은 다시 채워 넣는 작업인데요. 열차가 다니는 중에는 이 작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열차 운행이 끝난 심야에 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유지보수용 특수기차인 보선장비가 여럿 동원되는데요. 철길에 있는 자갈을 끌어올려서 규격에 맞는 자갈을 골라내고 나머지 자갈과 토사는 따로 배출하는 장비인 ‘밸러스트 클리너(Ballast Cleaner)’가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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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기 등 심야 유지보수 작업
자갈치기 작업에 사용하는 밸러스트 클리너. [사진 코레일]
사용 못 하는 자갈과 토사 등을 싣는 '호퍼카', 궤도의 비틀림이나 휘어짐 등을 잡고 주변을 다져주는 ‘멀티플 타이탬퍼(Multiple Tie Tamper,MTT), 강한 진동을 가해서 도상을 다지는 궤도 안정기 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장비를 사용한다 해도 현장에서 작업을 이끌고 진행하는 건 역시나 선로유지보수원들인데요. 심야에 작업하는 것도 힘들지만, 철도의 특성상 도심지역을 벗어나면 인적이 드문 곳이 많아 잠시 쉴 곳도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이들을 위해서 보선장비에 붙여서 운영하는 특수열차가 바로 '침식차' 입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잠도 자고 식사도 가능한 열차라는 의미인데요. 실제로 침식차에는 사무실, 휴게실은 물론 샤워실과 세탁기, 건조기도 갖춰져 있습니다.
선로 유지보수 작업은 주간은 물론 야간에 많이 이뤄진다. [사진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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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샤워실, 주방 갖춘 침식차
또 간단한 취식이 가능하도록 냉장고와 싱크대도 설치되어 있는데요. 코레일 관계자는 "선로유지보수원들은 침식차로 작업 현장까지 이동하며, 작업 전후로 휴식을 취하고 씻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침식차에는 주방과 세탁기, 건조기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 코레일]
코레일이 보유한 침식차는 모두 69량으로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외관이 눈에 띕니다. 무게는 약 45t이며 길이는 24m, 높이는 3.75m가량 되는데요. 그야말로 움직이는 업무 겸 휴식 열차인 셈입니다.
침식차가 선로유지보수 작업과는 별개로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2018년 11월 30일에 출발한 남북철도 공동조사 열차인데요. 북한의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침식차에 설치된 사무실과 휴게실. [사진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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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철도 조사에도 침식차 연결
18일간 약 2600㎞를 달려야 하다 보니 기관차에 유조차, 발전차까지 연결했고 조사단원들의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침대차와 침식차를 붙였는데요. 당시 주방과 샤워실까지 갖춘 침식차가 눈길을 끈 겁니다. 침대차는 조사단을 위해 별도로 개조한 열차라고 합니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특수열차 중에는 병원열차도 있습니다. 코레일이 아닌 국방부 소유의 열차인데요. 국방홍보원에 따르면 병원열차는 국군의무사령부 국군병원열차대에서 운영한다고 합니다.
빨간 십자가가 표시된 병원열차. [사진 코레일]
대개 3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장병들을 후방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열차 안에는 진료실과 병상, 휴게실이 설치되어 있고 산소공급기와 심장제세동기 등 여러 의료장비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응급처치나 간단한 외과수술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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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선 세계 유일 병원열차 운행
병원열차는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에 처음 운행을 시작했으며, 1969년에 열차를 교체한 데 이어 지난 1999년에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해 지금까지 달리고 있는데요. 군 전용 병원열차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병원열차 내부. [출처 국방홍보원 홈페이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병원열차가 큰 역할을 한걸로 전해지는데요. 당시 정부가 국군대전병원을 메르스 전담병원으로 지정하자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입원환자들을 대구·부산병원으로 긴급후송해 메르스 대처에 기여했다는 겁니다.
병원열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운행하고 있어 실제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 객차 외부에 빨간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열차를 발견했다면 바로 병원열차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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