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
최근 코로나19 확산 정부 실책 커
방역 강화 제대로 해야 고통 줄어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도 대비해야
백신·치료제 개발 비관론 경계
후발주자로서 한계 분명..경험 쌓아야
동남아 등 제3지역 노리면 가능성 있어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최근 우리 병원 담당의사의 경우도 하루 걸러 한 명씩 코로나19 사망자를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심긱한 수준이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유족들이 임종도 지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서울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고려대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 센터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긴 한숨을 내쉬며 쏟아낸 말이다. 이날 마주한 그의 얼굴에는 피로감과 근심이 가득했다.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 (사진=김태형 기자)
최근 한국 정부에게는 포스트 코로나19를 너무 성급하게 준비하며 실책이 많았다는 국내외의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 숫자가 말해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전날(5567명)보다 2283명 많았다. 일일 기준 사상 최대치다. 위중증 환자도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전날(906명)보다 58명 많은 964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앞당기고,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백신은 전무하며, 치료제는 셀트리온(068270) ‘렉키로나주’만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20여개 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승인을 받고 개발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비관론도 있다. 진화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개발 난이도가 점점 더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머크와 화이자가, 백신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장악한 상태여서 후발주자로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 회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보다 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번 오미크론 사태를 예견했으며,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도 언제든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과거처럼 돌아가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리는 만큼 지금이라도 재정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김 회장과 일문일답.
-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에 지난달 일상회복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가 방역 당국에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백신 효력 기간, 겨울이라는 계절적 변수, 앞선 다른 국가의 통계적 사례, 변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등 위협 요소가 너무 많았다. 특히 확진자가 폭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환자병상 가동 등도 너무 안일하게 봤다. 이 같은 요소들이 오미크론 등과 맞물려 사태를 키웠다.
- 방역 강화로 다시 기로에 섰다
△지금이라도 한발 물러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확실히 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대책으로는 고통만 연장될 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지난해 겨울을 반복할 수 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많은 노약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병실이 꽉 차면서 살릴 수 있는 목숨이 꺼져가고 있다. 확실한 정책으로 강력하게 하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물론 이로 인해 고통받을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 대책도 내놔야 한다.
- 오미크론에 대한 긍정론과 향후 추이는 어떻게 보시는지
△오미크론 이후에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올 수 있다. 적어도 2년은 지금과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고 봐야 한다. 일각에서 초기 오미크론 환자들이 경증을 보였다고 낙관론도 펼치지만, 오산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환자가 경증이 많다고 조사됐던 것은 현지 평균연령이 낮기 때문이다. 유엔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평균연령은 28세로, 우리나라보다 15년가량 낮다. 결과적으로 오미크론도 주류로 바뀌면 앞선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갈 것으로 본다.
- 국내 백신 개발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급하면 안 된다. 우리 속도로 가야 한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이 1년 안에 내놓는다고 할 때 전문가들도 반신반의했다.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적처럼 지난해 말 화이자와 모더나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냈다. 우리 입장에서는 기적이지만, 그게 바로 저력이고 실력이다. 2006년 설립된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예방대응본부의 조직인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곳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민간과 학계가 힘을 하나로 모았기에 가능할 일이었다.
- 변이 바이러스가 끝없이 나오고, 이미 상용화된 백신도 많아 비관론도 있다
△현재 20여곳의 국내 업체가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이 중 상용화돼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업체는 한두 곳으로 본다. 우린 기반을 닦아 놓지 못했고,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포기해야 하나
△아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이 실력이 된다. 큰 위험이 따르는 사업인 만큼 정부가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해도 지원해야 한다. 미국과 같은 제약·바이오 선진국도 모더나 같은 대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미국 정부로부터 임상시험 비용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와 선구매 비용 57억 5000만 달러(약 6조 8000억원)를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는 투자 액수도 적고, 가장 중요한 임상 3상 지원은 보장도 하지 않는 실정이다.
- 개발한다고 해도 판매가 쉽지 않을텐데
△우리 것을 사주는 시대는 끝났다. 기존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제품과 비교해 성능과 가격 등이 월등해야 팔린다.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다. 백신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전략을 다르게 가야 한다. 선진국보다는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제3지역을 우선적으로 노려야 한다. 많은 글로벌 제약·바이오사가 국내 업체에 생산을 의뢰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가성비 경쟁에서는 우리가 앞설 수 있다. 이 같은 실적이 쌓이면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제약·바이오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김우주 회장은...
△1959년 충남 당진 출생 △1983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2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1999년 국립보건원 호흡기바이러스과 과장 △2010년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 단장 △2013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2015년 메르스대응 민간합동공동위원장, 메르스대응 국무총리 특별보좌관 △2015년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 회장 △2017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2021년 고려대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 센터장, 대한백신학회 회장
유진희 (sade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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