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공공택지 대부분 경기도 입지
서울보다 오히려 경기도 집값에 영향
전문가들 "당장은 상승, 나중엔 급락" 우려
비즈니스워치 | 채신화 | 입력2021.09.01 06:50
서울 주택 수요 분산을 위한 '공급 폭탄'이 연이어 경기도에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서울과 가깝거나 교통망 확충이 가능한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해 과열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서울이 아닌 경기권에 공급이 몰리면서 오히려 일대 집값 불안을 야기하고 분양·입주가 본격화하는 5~10년 뒤엔 '가격 안정'보다는 '급락'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양주 왕숙 지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경기도에 '공급 폭탄'…단기 '개발호재'로 집값 꿈틀
현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수도권 주요 신도시 및 신규택지를 분석한 결과 총 38만7000가구 중 경기권 입지가 35만2000가구(91%)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수도권에서 택지를 확보해 공급을 늘리는 '투트랙 전략'을 펴왔다.
2018년 12월19일엔 처음으로 △남양주 왕숙(856만㎡·5만4000가구) △하남교산(631만㎡·3만3000가구) △인천 계양(333만㎡·1만7000가구) 등을 3기 신도시(330만㎡이상)로 정했고 2019년 5월7일엔 △고양 창릉(813만㎡·3만8000가구) △부천 대장(343만㎡·2만 가구) 등을, 2021년 2월24일엔 △광명 시흥(1271만㎡·7만 가구)을, 같은 해 8월30일엔 △의왕·군포·안산(586만㎡·4만1000가구) △화성진안(452만㎡·2만9000가구) 등을 추가했다.
총 8곳의 신도시 중 인천계양을 제외한 7곳이 경기권에 위치한다. 공급 규모로 따지면 30만2000가구 중 28만5000가구(94.3%)에 달한다.
이밖에 대규모 택지(100만㎡이상)도 △과천 과천(169만㎡·7000가구) △안산 장상(221만㎡·1만4000가구) △인천 구월(220만㎡·1만8000가구) △화성봉담3(229만㎡·1만7000가구) 등 총 4곳, 5만6000가구 중 3곳, 3만8000가구(67.8%)가 경기권이다. 소규모 택지(100만 미만)는 △남양주진건(92만㎡·7000가구) △양주장흥(96만㎡·6000가구) △구리교문(10만㎡·2000가구) 등으로 모두 경기권이다.
시장에선 이처럼 경기도에 공급 물량이 몰리면서 단기적으로 경기도 집값이 널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택지 개발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 확충에 따라 지역에 '개발호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광명·시흥신도시가 신규택지로 발표된 후 시흥시 일대 집값이 크게 요동쳤다. 2·4대책 발표 이후 경기권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던 3월 넷째주에도 시흥시는 전주 대비 1.09% 상승해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매매가 상승률을 보였다.
이번 3차 신규택지 발표 이후에도 경기권 일대 집값에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택지 개발은 말 그대로 개발이기 때문에 인근 지역은 개발 수혜 기대감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서울과 멀어도 교통대책을 수반한 만큼 의왕 등 교통 호재까지 있는 지역은 벌써부터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경기도 집값은 서울 못지 않게 불장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8월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5950만원으로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1억원 넘게(1억645만원) 올랐다.
공급 본격화되면…"안정보다 급락"
경기권에 공급이 본격화될수록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이 '급락'할 것이란 우려도 조심스레 나온다.
신규택지 개발 초기에는 개발 기대감에 가격이 오르겠지만 향후 공급이 가시화될 무렵엔 입주가 몰리면서 미분양, 마이너스 피(프리미엄) 등으로 주택시장이 휘청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연구위원은 "공급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지만 한꺼번에 몰릴 시기가 분명 발생한다는 게 문제"라며 "2025~2030년 사이에 분양이 본격화될텐데 이렇게 되면 과다 공급이 되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은 (신규택지 지역들이) 개발 호재, GTX 등으로 집값이 더 오르겠지만 신도시 등 분양이 맞물릴 것으로 예상되는 2025~2030년엔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금리인상, 유동성, 공급과잉, 꺾인 매수심리 등이 맞물리면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동탄2 등 2기 신도시 때처럼 분양과 입주 사이에 미분양이 나고 마이너스 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도권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2010년 판교, 광교, 동탄 등 2기 신도시 아파트 입주물량까지 쏟아지며 3년 이상 입주폭탄 후유증에 시달린 바 있다.
특히 자족기능이 없는 지역일수록 가격이 크게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윤수민 위원은 "자족이 가능한 판교, 마곡, 송도 등과 달리 기반 기업이 적고 일자리가 많지 않은 남양주, 일산 등에 인접한 지역의 경우 서울 출퇴근 수요에만 기대기엔 한계가 있다"며 "이런 지역은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이 큰폭으로 증가하는 충격을 받으면 버티기 힘들어져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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