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 입력2021.10.06 12:31 | 수정2021.10.06 12:31
지난 5일 서울 성동구에서 출발해 차로 약 1시간 이동해 도착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서판교터널을 지나자 우뚝 솟은 새 아파트 단지들이 줄줄이 보였다. 특혜 비리 의혹이 불거진 ‘대장지구’다.
이곳 대장지구에 조성된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A1·A2블록),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A3),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A4·A6) ▲판교 더샵 포레스트(A11·A12) 아파트 단지는 지난 5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제일풍경채(A5·A7·A8)도 내달 첫 입주를 앞두고 있다.
2021년 10월 5일 경기 성남 분당구 대장동 일대 신축 아파트 단지 전경. /허지윤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이 설립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의뜰’과 함께 분당 대장동 일대 91만여㎡에 5903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신생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등이 85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둔 사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상 밖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진행 중이다.
◇ ‘3년 만에 평가 바뀐 ‘남판교’ 위상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 할 지경이죠.”
대장지구 내 아파트단지 인근 상가 1층에는 어김없이 공인중개사무소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A 공인중개사무소 김 모 대표는 “3~4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무늬만 판교인 곳을 왜 들어가냐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요새는 서울에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분양 당시만 해도 이곳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인프라, 교통망, 판교 연결성 등에서 한계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2433만원, ‘판교 더샵 포레스트’는 3.3㎡당 평균 2080만원,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3.3㎡당 평균 2030만원이었다.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사업자인 성남의 뜰이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고, 결국 분양가도 비싼 편이었다.
때문에 요즘 흔히 말하는 ‘로또 청약’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2018년 12월 분양시장에 나온 ‘판교 더샵 포레스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6대 1이었다. 대형평형으로만 구성돼 중도금 대출이 불가했던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2.13대 1에 그쳤다.
하지만 약 3년 만에 시장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이미 실거래가와 호가는 3년 전 분양가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지난 5월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7억원 전후였던 분양가보다 5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판교 더샵 포레스트’도 지난 6월 12억원에 손바뀜이 있었다. 지역업계에 따르면 호가는 15억원 이상이지만 전반적으로 시중에 나온 매물이 없다.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의 경우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매물은 한 건뿐이다. 전용128.21㎡짜리 매물 호가는 분양가의 2배 수준인 24억원이다.
부동산가격 급등 속 ‘남판교(대장지구)’를 향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커졌고, 매물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업계에서는 작년 ‘7·10 대책’ 영향으로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이 나오지 않고 거래도 잇따르지 않다 보니 가격이 눌려 있는 상태라고 봤다. 올해 6월 1일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을 팔 경우 매도자가 부담해야 하는 양도세가 기존 세율 40%에서 늘어난 70%가 됐고, 지방소득세 10%까지 합쳐 양도세율 77%이 발생한다.
A공인중개사무소 김 모씨는 “지금 팔면 세금만 77%를 내야 하는데, 누가 세금 폭탄을 맞으려고 매물을 내놓겠느냐”며 “대장동 일대에서는 1년 6개월 뒤에는 매물이 좀 나오긴 할 텐데, 그때는 가격이 지금보다는 더 올라 있을 것”이라고 했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기 때문에 조만간 이곳이 서판교 시세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앞으로 청약시장에 나올 남은 판교 지역 물량은 LH와 GH가 공급하는 제3판교밸리(제3판교테크노밸리) 뿐인데, 여기랑 거기 분위기가 매우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 사람들은 분양가가 비쌌던 것에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 아무나 못 들어오는 고급 주거 지역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한국판 뉴딜사업 시범도시로 추진되는 제3판교테크노밸리(성남 금토동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은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 6월 첫 삽을 떴다. 경기도, 성남시, LH, GH 등 4개 기관이 공동 시행하며 전체면적의 약 28%(16만4000㎡)가 주택용지로 계획돼 공공임대 1544가구, 공공분양 792가구, 기타 133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 대장동 곳곳 공사중…전문가 시각은 “보다 냉정하게 봐야”
이날 대장지구 일대 곳곳에서 건축물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대부분 원주민들이 보상받은 토지에 지어 올리는 상가주택들이라는 게 지역업계의 설명이다. 아파트 단지 도보 거리에 마트나 음식점, 병원과 약국 등은 아직 입점해 있지 않아, 상권 및 인프라가 완벽하게 형성돼있지 않은 상태였다. 위례신도시 등에서도 나타난 공실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지역 업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10월 5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신축 공사 및 임대 중인 상가 건물들.
대장동 공인중개사 김 모씨는 “여기는 상가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언론에서 대장동을 제대로 홍보해준 덕에 서울과 분당 부동산 시장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전셋값과 임대료가 너무 많이 올라 이곳을 찾는 수요자들이 이 일대 오피스텔과 상가주택을 채워줄 것인 만큼 공실 우려는 기우”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과도한 기대를 품고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시세차익 실현을 노리는 매물이 나오는 시점에 손바뀜이 발생하면서 시세가 더 오를 수는 있으나, 대장지구는 이미 개발이 끝난 것이라 더 나올 추가 개발 호재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화천대유 논란으로 분양을 앞두거나 진행 중인 도시형생활주택이 중도금 대출이 불가할 수 있다는 변수도 생겼다”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자금 능력보다 무리하게 계획을 세워 매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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