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및 자원 절약 일상생활 속 아이디어 최우수상 받기도
[심명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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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상자에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위)와 심플한 하트테이프(아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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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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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않고 배달되는 택배상자 분리수거 스트레스를 떠안는 요즘. 누구나 잘 붙이고 쉽게 뗄 수 있는, 사람과 환경을 배려하는 '하트테이프'가 나와 화제다.
택배와 광고의 홍수 속에 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택배 주문물량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을 통해 움직인 택배 상자는 약 13억 2천만 개로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2019년 기준 4538만) 1인당 연간 29개 이상의 택배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코로나 이후 2020년 총 택배 물량은 33억 7000만 개로 전년 대비 20.9% 늘었다고 보도했다. 해마다 수직 상승하는 택배박스 홍수시대에 살고있는 셈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택배로 인해 분리배출이 안 되는 폐박스는 심각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2019년 기준, 환경부가 발표한 재활용 못하고 버려진 폐박스 손실비용은 2500억 원이다. 택배박스에 붙은 테이프는 떼어야 재활용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종이테이프와 이물질은 반드시 제거하고 버려야 한다. 환경부는 포장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규제에 나섰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버린 폐박스는 벌금 30만 원을 물어야 한다.
택배박스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가 잘 떼어지지 않아서다. 칭칭 붙은 테이프는 받는 사람들로선 짐이다. 테이프를 떼다 보면 택배를 받아서 좋았던 기분이 순간 짜증으로 바뀐다. 이런 불편함을 한 방에 해결하는 '하트테이프'가 나왔다. 아무리 큰 박스도 박스1개를 완벽하게 포장하는데 하트테이프 4개면 충분하다. 붙여진 하트테이프를 당기면 칼과 손톱을 사용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박스에 붙은 모든 테이프가 제거된다.
주부가 개발한 하트테이프, 환경보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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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정씨가 하트테이프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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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으로 퍼진 남양주시 아이스팩 재활용은 가정주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하트테이프 개발 주인공은 경력단절 주부 김선정(46)씨다. 그는 지난 9월 여수건축협회가 주최한 환경보호 및 자원 절약 일상생활 속 아이디어 공모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바 있다. 시상금 전액을 기부해 훈훈한 미담사례는 뒤늦게 알려졌다. 김씨가 하트테이프를 만든 동기는 무엇일까?
"일상생활에서 택배를 안 받는 사람은 없어요. 택배를 받을 때 기쁨보다 테이프 제거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 날 때가 많아요. 특히 코로나 시대라 택배량도 많아 너무 많은 테이프가 붙어있어 떼면서 손톱을 다치는 경우도 허다해요. 택배를 받고 기분 좋게 뗄 방법이 뭘까 아이디어를 냈어요.
1. 누구나 잘 붙이고 쉽게 떼어 낼 수 있는 사람을 배려하는 테이프!
2.자원을 재활용해 소중한 나무를 지키는 환경까지 배려하는 테이프!
3. 자원 재활용을 글과 말, 벌금으로 강제할 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캠페인을 통해 하트테이프를 구상하게 되었어요. 슬로건도 '함께하는 ESG! 배려하는 하트테이프'로 내걸었죠."
김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하트테이프는 이후 김씨 남편과 아이도 동참했다. 처음에는 5개월 동안 수작업으로 스티커를 테이핑 처리하다 보니 새벽까지 작업하는 일도 허다했다.
'COP28 남해안 남중권' 여수 개최를 위한 유치 캠페인은 하트테이프를 제대로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탄소중립 실천선언을 말로는 여수 개최를 기원했지만 직접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하트테이프를 고안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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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정씨가 COP28여수유치 캠페인을 벌인 하트테이프는에 공룡 등 다양한 로고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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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하트테이프에 COP28 여수유치 문구를 넣어 전국에 택배를 보내며 홍보에 앞장섰다. 또 하트테이프를 지인들과 미용실, 건어물 가게, 김치공장에 보냈더니 반응이 좋았다. 공룡같은 다양한 캐릭터를 넣으니 택배상자를 본 아이들이 빨리 테이프를 떼려고 난리다.
하트테이프를 접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와~이런 간편한 방법도 있었네. 왜 이런 걸 몰랐지?"라는 응원 메시지가 오면 더 힘이났다. 하지만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에 COP28 개최지를 양보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여수유치는 무산되고 말았다.
하트테이프를 널리 알린 데에는 우체국 직원들의 배려가 컸다. 처음 하트테이프를 우체국에 주고 왔더니 고객들이 편리하다며 호응이 좋아 흔쾌히 놓고 가라고 허락했다. 이후 여수, 순천, 광양 20여 군데로 확대했다. 5개월 동안 뿌려진 하트테이프만 약 20만 장이다.
수작업으로 테이핑처리 하던 하트테이프가 반응이 좋아 캠페인으로 끝날것 같았던 하트테이프는 더 새롭게 변신했다. 손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량생산 기계를 고안해 발명 특허도 냈다. 이후 지난 7월 버튼을 눌러 원터치 한방이면 끝나는 테이핑 기계를 특허출원 했다.
ESG경영 사활거는 이커머스 기업들...하트테이프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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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트테이프 라벨을 잡고 떼기 간편한 하트테이프 박스 제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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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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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요즘 기업의 트랜드는 ESG 경영이다. ESG란 착한 기업, 착한 사회를 만들자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다. 각 분야에 미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현재 모건스탠리 MCSI ESG 등급 기준에 따라 투자 배제 및 불매운동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중 '환경'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기업도 ESG 경영을 통한 착한기업 이미지 만들기에 사활을 거는 추세다.
국내 대표기업인 네이버와 쿠팡, 11번가, 우체국, 다음카카오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앞다퉈 ESG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감에 출석해 골목상권침해를 사과하며 5조 원의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 이 또한 ESG로 흘러가고 있다.
하트테이프가 이커머스 플랫폼과 연계되면 국내외 어느 곳이든 하트테이프를 통해 기업광고도 가능하다. 하트테이프를 이용하면 ▲택배상자 테이프를 손쉽게 뗄 수 있어 고객만족 ▲무지박스를 통해 자원을 절약할 수 있어 환경보호 ▲탄소중립 기후위기대응에 앞장서는 ESG 경영 실천으로 일석삼조의 효과도 기대된다.
아이스팩 재사용 전국확산을 선도한 남양주시 조광한 시장의 'ESG행정'의 모범사례처럼 환경부와 지자체, 이커머스 기업들이 선도적인 실천을 하면 포장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트테이프 개발자 김선정씨는 "하트테이프를 사용하면 소소하지만, 고객들의 만족도가 커서 반응이 좋다"면서 "사람 배려, 환경 배려와 함께 이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이 탄소 절감에 동참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김씨는 이어 "남양주 시장이 아이스팩 재활용 운동을 했던 것처럼 선도주자 선도기업 정신으로 전국적인 하트테이프 확산 운동을 통해 환경도 살리고 ESG 경영으로 기업의 착한 이미지도 살리는 일에 동참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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