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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 80%는 이것 때문에..봄날과 함께 오는 '심장의 역습'

부동산 분양정석 2022. 2. 23. 10:10

날씨 풀려 운동량 확 늘리면

심장혈관에 갑자기 부담 줘

집안서 느끼는 '마음의 봄'과

밖에서 느끼는 '몸의 봄' 달라

고강도운동, 급사 위험 2~6배

고지혈증·당뇨 적극 관리해야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달 4일 입춘에 이어 19일 우수를 지나면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의학적 측면에서 봄이 오는 길목인 2~3월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실제로 언론사 부고 기사가 늘어나는 시기는 늦가을 환절기에 이어 초겨울로 들어서는 10~12월과 함께 '봄소식'이 들려오는 2~3월이다. 날씨가 풀렸다고 앞선 마음에 갑자기 무리한 야외 운동에 나섰다가 심뇌혈관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건강에 그대로 적용된다.

춘래불사춘은 전한(前漢)시대 동방규의 시에 나온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라는 구절에서 나왔다. 1980년 2월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가 김영삼·김대중 등 소위 '3김'이 모인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의 정치 과도기 상황을 '춘래불사춘'이라고 빗대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봄은 언 땅이 녹고 겨우내 잠자던 벌레와 개구리가 깨어나는 '생명의 계절'이지만 질병에 노출되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박진식 세종병원그룹(부천세종병원·인천세종병원·부천시립노인복지시설) 이사장(심장내과 전문의)은 "집 안에서 느끼는 '마음의 봄'과 밖에서 느끼는 '몸의 봄'이 달라 성급한 마음에 야외에 나가 격한 운동을 하다가 심장병에 의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계절 변화만큼 우리 몸이 따라주지 못하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조금만 무리해도 커다란 화를 자초한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돌연사는 80% 이상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졌거나 막혀 발생한다.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데, 심장 자체도 심장을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에 의해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는다. 돌연사는 바로 관상동맥이 막혀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심장근육이 괴사(壞死)해 목숨을 잃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협심증은 혈관이 50% 이상 막히면 운동할 때 흉통이 느껴지고, 심근경색 역시 발생 전에 전조 증상을 느끼는 비율이 50%에 불과하다. 봄철은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흉부 통증과 함께 눌리거나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 심장근육에 무리가 간 것이므로 야외 활동을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기온이 올라가고 날씨가 풀리는 3~4월에는 장거리 등산이나 조깅(마라톤) 같은 무리한 운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겨울 추위와 코로나19로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중장년층, 특히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협심증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모른 채 무리한 운동에 나선 40~50대는 돌연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지난 10년간(2011~2020년) 월별 심장질환 사망자(통계청 기준)를 살펴보면, 겨울철과 함께 일교차가 큰 3월이 여름철보다 훨씬 많다. 한여름에 해당하는 6~8월은 심장질환 사망자가 각각 1만412명, 1만526명, 1만735명이지만, 2~4월은 각각 1만2401명, 1만3242명, 1만1951명이다.

심장은 세상에서 성능이 가장 좋은 엔진으로, 100년을 써도 끄덕없지만 아프면 전조 증상을 통해 위험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나이 탓이거나 별것 아니라고 폄하하지만, 심장은 관상동맥을 통해 충분한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통증이나 불편감으로 경고한다. 가슴 통증이 오다가 20분 이내에 회복되는 양상이 몇 차례 반복되거나 압박감, 인후, 턱과 왼쪽 어깨, 팔쪽 피부에서 타들어가는 통증이나 열기를 경험했다면 협심증(狹心症)일 가능성이 높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나 추위, 스트레스 등으로 좁아지면서 일시적으로 혈액순환이 나빠져 발생한다. 통증은 흉골을 위, 가운데, 아래 등 세 부분으로 나눴을 때 위 3분의 1과 가운데 3분의 1 지점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가슴이 쥐어짤 듯이 아프거나 무엇이 짓누르는 것처럼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살을 에는 듯한 통증이 엄습해 숨이 막히는 질식감을 동반한다. 협심증은 휴식을 취할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빨리 걷거나 뛰거나, 계단 또는 언덕을 오를 때 필요한 만큼 혈액이 흐를 수 없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에 혈전(핏덩어리)이 생겨 그 부근에 있는 심근(心筋)이 괴사를 일으키는 상태다. 급성 심부전증에 빠져 최초의 발작이 시작되면 약 3분의 1이 목숨을 잃게 된다. 통증은 찢어질 것처럼 아프거나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관상동맥 질환은 혈류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풍선혈관 성형술이나 스텐트라고 불리는 주입식 철망으로 좁아진 동맥을 강제로 뚫어준다.

흉통이 누워 있을 때는 심해지지만 앉아 있거나 앞으로 몸을 기울였을 때 호전된다면 심장을 감싸고 있는 심낭에 생긴 염증이 원인일 수있다. 염증이 심해져 심낭에 삼출액이 많아지면 심장을 압박해 심장의 펌프 작용을 방해할 수있다. 심장이 벌렁거리는 느낌, 심장박동이 한두 번씩 건너뛰는 느낌, 갑작스러운 전신 허약감과 어지러움증, 심장이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보통보다 빠르게 뛴다면 심각한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일 가능성이 높다. 깊게 숨을 들이마실 때 가슴 통증이 심해지는 늑막염 증상이 있다면 폐색전(혈액 안에 응고된 피로 폐혈관이 막힌 상태), 폐렴, 흉벽의 외상, 폐 종양 같은 폐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운동은 올바른 식습관과 함께 건강을 유지하는 출발점이다. 운동은 일반적으로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3~5회 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운동 강도는 숨이 어느 정도 차고 땀이 배어날 정도로 해야 효과적이다. 그러나 추웠던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찾아온 봄볕이 반가워 고강도 운동을 하면 평소보다 급사할 위험이 2~6배 높아진다. 특히 협심증, 동맥경화증 같은 심장병을 가진 사람은 운동할 때 심정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100배나 높다. 따라서 심장병 환자는 등산이나 운동을 할 때 수축기 혈압을 180㎜Hg, 이완기 혈압을 110㎜Hg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운동할 때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최대 심박 수(적당한 심박 수)는 1분에 보통 (220-나이)×0.75로 계산할 수 있다. 만약 50세라면 1분당 심박 수를 120~130회로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맥박은 손목 맥을 짚었을 때 20초를 잰 맥박 수에 3을 곱해 측정한다. 1분에 70~80회 맥박을 정상으로 보지만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맥박이 일정하다고 해서 흉통 등 전조 증상을 무시하면 안 된다.

한기훈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운동 중에도 어지럽고 졸도할 것 같은 느낌, 심한 피로감 등이 느껴지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 후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예기치 않은 심혈관 질환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서 즉시 심폐소생술과 함께 빠른 시간 내에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